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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공지사항

"탈원전·입시제도 개편, 빈대 잡으려 집 태우는 꼴" -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장순흥 명예교수​

2019-11-01

원문 출처: http://hellodd.com/?md=news&mt=view&pid=70120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워버려선 안 됩니다."

한국의 원전 수출 신화를 주도하고, 국내에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한 석학은 우려를 쏟아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명예교수)은 1982년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원전 기술 자립에 기여하고,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전을 200억 달러 규모로 수출시키는데 중심축을 맡은 인물이다. KAIST 교학부총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4월에는 국내에 입학사정관 제도(학생부 종합전형)를 도입해 교육 혁명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탈(脫)원전 정책과 조국 사태로 불거진 입시 제도 개편을 대응하는 정부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탈원전 정책, 입시제도 개편 논의 모두 종합적인 시각이 결여됐고, 즉흥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장 총장은 "조국 사태를 입학사정관제도(학종)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즉흥적으로 정시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입시 문제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다른 분야지만 원전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KAIST는 2007년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도(학종)를 도입했다. 입학사정관(입학업무 전문가)이 학생 성적은 물론 개인 환경, 논리력, 창의력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면 사교육이 격화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다. KAIST는 현재도 매년 학생 90% 가량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즉흥적으로 발표한 정시 확대안, 결국 교육 빈부 격차 키울 것"

로버트 러플린 박사(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2004년 총장으로 부임해 입시 제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미국에선 체력과 주도적인 학습이 중요한 반면 한국에선 학생들이 운동도 하지 않고 학교·학원에서 밤낮 없이 공부하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다. 2006년 부임한 서남표 총장도 입시 제도 개선에 힘을 쏟으면서 입학사정관제도, 지금의 학생부 종합평가제도가 만들어졌다. 장 총장은 "입학사정관제도 도입은 학생들의 행복, 체력,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더불어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최근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전반적 재검토 지시를 내린 데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나서서 정시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학원가 족집게 과외가 성황이 돼서 결국 강남 8학군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제일 많이 가게 된다"며 "학원 근처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지방이나 일반 학교에서 1등 하는 게 의미가 없어져 공교육 무너지고, 정보 없는 학생들의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정치권의 전략 부재도 문제를 격화시키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장 총장은 "현 정부에서는 조국 사태가 벌어지니 완전히 입시 제도가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야당도 아무런 전략 없이 정시를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것 없이 그저 시류에 맞춰 움직이고만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은 전기···원전 최대 효율"​

장 총장은 국가 미래와 에너지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요한 특징은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전기화·자동화된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가 엄청나게 필요한데, 데이터 센터를 가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차, 스마트공장 모두 해당된다. 우리는 값싼 에너지원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전기값이 가장 싸다는 건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공사가 2017년 내놓은 에너지 발전원별 구입 단가에 따르면 원자력은 1kWh당 60.8원이다. 뒤를 이어 석탄 79.3원, LNG 113.4원, 신재생에너지 160.2원이다. 원자력의 경제성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원전 종주국인 미국으로부터 세계 최고 안전성을 인증받기도 했다. 

장 총장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로 수출된 한국형 원전을 언급하며 "원전은 수출 산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는 원전 수출을 하고 싶어도 생태계가 없어 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국내에서 지으려는 원전 2기는 최소한 지으면서 건설·부품업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들에게 원전에 대한 신뢰감을 줘서 원자력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 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카이스트의 혁신 10년 /> <가지 않은 길: 원자력, 상아탑을 넘어 원전 수출까지> 책을 집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장순흥 한동대 총장 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카이스트의 혁신 10년> <가지 않은 길: 원자력, 상아탑을 넘어 원전 수출까지> 책을 집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 장순흥 한동대 총장 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장순흥 총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원자력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2001년부터 10년 동안 기획처장, 교무처장, 대외부총장, 교학부총장을 맡으며 KAIST 혁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부터는 한동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순흥 총장은 현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의 혁신, 10년> <가지 않은 길: 원자력, 상아탑을 넘어 원전 수출까지>을 펴냈다. 각각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와 대담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