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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이 서울 배재고 재학 시절 오가던 중구 정동길에서 잠시 옛 추억에 젖었다. 이 원장은 “학창시절과 군에 있을 때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 찬 거리에서 밥 먹고 이슬 맞으며 잠을 자는 것)도 많이 했는데 나와 우리나라 국민 모두 그런 고통 속에서 잡초처럼 자랐고, 난관이 결국 대한민국을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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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

아무리 기술 개발한다 해도
태양 빛나게 바람 불게는 못해

소수 비전문가들 탈원전 추진
오해와 불신만 쌓이게 만들어

원자력은 탄소 줄이는 친환경
LNG 확대땐 에너지주권 흔들



문재인 정부가 탈핵(脫核)·탈원전과 ‘안전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촉발돼 재개 여부를 놓고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공론조사 방식을 통해 간신히 공사를 재개했다. 신고리 5·6호기야 갈등이 해소, 잠복됐다고 하나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병행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이의 현실성 논란과 함께 원전 축소와 관련, 공감대가 형성됐는지에 대한 이견 등은 엄존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구의 적합성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탈원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이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창건(88) 사단법인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 원장의 의견을 듣고 싶은 생각이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웠다. 알려졌다시피 이 원장은 1955년 8월 8일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평화회의에 3명의 과학자가 참가하면서 싹을 틔우고 성숙기에 이른 국내 원자력 역사를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뛴 ‘국내 원자력 1세대 최고 원로’로 꼽힌다.

공론화위 결정 과정에서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탈원전의 문제점을 설파했다. 이 원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만났다. 아흔이 다 된 이 원장은 찾아뵙겠다고 했던 기자의 제안을 뿌리치더니 직접 오겠다고 했고,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사옥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그를 정중히 맞았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이 원장은 때론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탈핵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비판했다. 그만큼 한때 ‘에너지 자립의 초석’으로까지 추앙받던 한국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가 ‘문맹’ 수준인 데 대한 분노와 응어리가 쌓여 있는 듯했다.

또 학창시절부터 70여 년 가까이 농익은 원자력 분야에 대해 단순 지식이 아니라 어제·오늘·미래를 접목한 통찰력 있는 식견과 대안도 제시했다. 한국의 현실에 접목한 에너지원의 현실성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다시 묻고 자문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위란 진통을 겪은 끝에 간신히 공사가 재개됐다. 3개월간 멈췄고 손실액만 1000억 원 이상에 달했는데.

“탈원전 공약, 정책 자체가 소수의 비전문가와 문외한들이 참여하면서 오해, 불신이 쌓여 문제가 됐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사실과 너무 다른 내용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가 난 다음에 북태평양에서 나오는 고기는 300년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돌고…. 이런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서 수정하고 올바른 내용과 비전을 알려야겠다는 도의적인 책임이 든다. 탈핵 논란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에 계신 분, 양심적인 그룹에 진실성을 보여주면 쫓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기미독립선언문에 바로 잡아 고친다는 ‘광정(匡正)’이란 표현이 있다. 우리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노하우가 부족한데 그걸 개발하고 비록 지더라도 진실만을 얘기하겠다.”

―공론화위의 결정 과정은 어떻게 보나.

“나중에는 ‘짜놓은 각본이니까 끼어들지 말자’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어서 상당히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강의식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핵 쪽은 선동적이고 남들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자료를 토대로 설파하니까 공론화위원들도 나중에 ‘이거 아니구나’라고 판단했고, 20~30대가 찬핵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한다. 지나치게 빠르고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공론화위 결정 과정에서 국회에 가서 세 차례나 설명을 했다. 왜 탈원전이 문제인지. 첫째, 우리나라 산업만이 아니고 인류 문제를 우려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열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안전한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구 대기는 지난 10만 년 동안 탄산가스 농도를 220~280bpm으로 유지했고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그에 따라 지구의 온도가 0.8도, 한반도는 1.5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해수면이 70㎝ 높아졌다. 그린란드 얼음이 다 녹으면 바다 수면이 6m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는 괜찮겠지만 우리 후손들은 자칫 산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갈 데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탈원전의 대안으로 깨끗한 대체에너지라는 태양광, 풍력,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거론하는데.

“아무리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태양을 밤에 빛나게 할 수는 없다. 불지 않는 바람을 불게 할 수 있느냐. 한계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원자력이 주식이고 태양광, 풍력 등은 간식이나 후식 정도밖에 안 된다. 천연가스도 얘기하는데, 천연가스를 채굴할 때 공기 중에 빠져나가는 게 3.8%, 셰일가스는 5.7%라고 한다. 그걸 집에서 쓸 때는 이보다 더 많이 날아간다. 그런데 그 안의 메탄가스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탄산가스의 30배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천연가스는 극초미세먼지가 많다. 이것은 콧구멍 또는 허파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LNG 도입도 간단치 않긴 하다.

“정치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천연가스는 부피가 크니까 압축해서는 안 되고 냉동해서 운반한다. 영하 162도 이하로 냉동시키면 액체가 되는데 이걸 배로 운반한다. 냉동시설, 운반선, 저장, 기화 과정이 가스값의 몇 배에 달한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으로 가져오는 게 싼 방법인데, 이게 시베리아에 제일 많다. 과거에 소련이 유럽, 위성국가에 공급하다 통제가 안 된다 싶으면 파이프를 잠가 버렸다. 러시아가 중국, 한국, 일본에 판매하기 위해 시베리아에 가스공급관 4000㎞를 부설했는데 중국만 해도 10년이나 교섭해서 계약했다. 일본도 장기계약하자고 했지만 러시아와의 분쟁지역인 북방 4도 문제 때문에 없던 일로 했다. 우리는 북한을 통과해 가져와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매년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러시아와 북한이 묵시적으로 뭔가 합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게 공급한다 해도 우리 주권이 러시아로 넘어가는 셈이다. 왜 우리 기술을 놔두고 주권을 러시아에 넘기면서까지 다른 에너지원을 써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기술과 주권도 수호하는 방안이 원자력이기 때문에 탈원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원전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선은 전기료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 일본도 탈원전을 고수하다 무역적자가 발생하자 포기했다고 예시했다. 이 원장은 “있는 걸 쓰지 왜 없는 걸 사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원자력은 발전비의 연료비중이 10%밖에 안 되지만 가스는 70%에 달하고 가스, 석탄은 저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만, 원자력은 저장하면 몇 년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미래 에너지원의 대안으로 단골로 등장하는 셰일가스 역시 미국에서 도입할 때 배로 실어 오려니 영하 162도 이하로 낮춰야 하고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전기료의 2.5배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환경오염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에 있어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만 외국에 맡기지 나머지는 통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인가.

“당연하다. 내가 고향에서 자랄 때 짚신을 신었다. 조금 여유가 생겨 고무신, 그러다 도시에 나와서는 구두, 운동화를 신었다. 지금 계속 고무신에 붙들려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원자력도 문명 발전 과정의 한 시기를 담당하는 주역이지 이것이 끝까지 간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다음에 새로운 에너지원에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우리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마냥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전력구조를 봤을 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탈원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약(弱)원전을 설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한다고 하니 시골 오지에서도 ‘태양광을 해야 돈을 번다더라’ 하면서 떠들썩하다.

“산지가 많은 좁은 우리 땅에 원전을 대체할 만한 태양광, 풍력 시설을 어디에 짓겠다는 건지. 예를 들어 보겠다. 프랑스가 1980년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태양광 시설을 지어 지중해를 통해 본국으로 끌어와 쓰겠다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포기했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뜨거운 사하라 사막도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나. 전기라는 게 항상 안정되게 존재해야 하는데 밤에는 어떡하겠다는 것인가. 태양광, 풍력 시설을 짓기에 우리나라는 매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자력 안전 대책 수준은 어떻다고 보나.

“절대 안전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내가 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할 때 원자력관리실장, 안전실장 등 3개 보직을 맡았다. 안전 문제에 관한 기사가 날 때마다 벼락 맞아 숨진 사람이 몇 명인가 살펴보니 우리나라 전체에서 10여 명이더라. 그런데 원전의 사고율은 벼락 맞아 죽는 것보다도 적다고 본다. 벼락이 제일 많이 치는 지역이 미국 플로리다주의 탬파인데, 연 1만8000번가량 된다. 거기서 골프를 치다가 골프채로 벼락이 들어와서 죽는 이도 있고, 일본에서도 아웃을 외치다가 벼락 맞아 죽은 심판도 있다. 난 원전 사고 확률이 그보다 적다고 생각한다. 핵연료 처리의 운영 수준도 걱정하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해결하기보다는 전 세계 원자력계의 공통 과제, 현안이니 천천히 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과 계속 연구해 나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형 원전의 장점을 꼽는다면.

“원자로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때 펌프가 필요하고 전력이 뒤따라야 한다. 후쿠시마에서는 전기 공급이 안 돼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곳이 동북전력회사 지역인데, 담당 위원장은 도쿄(東京)전력 소속이다. 도쿄전력에서 공급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가 문제가 생겼다. 이런 걸 막으려면 인공적으로 펌프를 써서 물을 넣지 말고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야 한다. 높은 데 물을 두고 사고가 나면 자기 무게로 들어가게끔 하는 방식이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데 뜨거운 공기를 대류로 자발적으로 식혀 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도입해 설계해서 만든 게 바로 우리의 차세대 원전 APR+다. 국제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탈원전 로드맵이 진행되면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나.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수요가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많다. 산업구조가 에너지 지향적이고 효율성이 선진 공업국에 못 미치는 데다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좀 바뀌어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덜 쓰고 더 많이 버는, 덜 넣고 더 많이 빼내는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하나는 발전소에서는 고급 에너지만 쓰지, 저급 에너지는 다 버린다. 뜨겁고 압력이 높은 부분만 갖고 발전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버리는 열로 물을 데워서 담수화해 환경오염, 예열비를 낮추는 방안을 연구해 특허를 받았다. 이런 기술로 국제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우리가 전력을 여유 있게 보유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나, 어느 날 갑자기 통일됐을 때 분산해 쓰고 대비할 수 있을 거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원자로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원장은 문 대통령이 참석해 ‘원전 제로화’를 선언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초청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그는 이 대목에서 과거 얘기를 들려줬다. 고리 1호기 선정 작업을 한 주역으로 고생한 얘기였다.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해안가를 이 잡듯 뒤지며 사진을 찍고 돌을 채취하다가 간첩으로 오인돼 군부대에 붙들려 간 게 여러 차례라고 했다. 우회적으로 돌려 얘기했지만 40년 동안 전기를 생산한 고리 1호기의 산파가 자신이 만든 작품이 영원히 폐쇄되는 현장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고리 1호기와 같은 모델인 미국 포인트 비치 원전은 두 차례 연장을 통해 앞으로도 80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수명 연장이 얼마든지 가능한 원전들을 앞으로 줄줄이 폐쇄한다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22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현장에 서기관 한 명을 달랑 보낸 행태에 대해서도 “말이 되느냐. 총리가 안 되면 경제부총리가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위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탈원전의 발상부터 진행 과정을 보면 정책 의사결정의 경직성이 과거와 ? ʼn?달라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더 자세히 묻고 싶었으나 “그 정도까지만 얘기하자”고 손사래를 쳤다.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의 수출 산업화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지.

“베트남의 최신 원전 소식을 정보통으로부터 들었다. 베트남이 신규 원전 10기를 2028년까지 짓기로 했는데 대상국에서 한국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우리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배제했다고 한다. 베트남이 떠오르는 신흥시장이고 우리와 베트남의 소통, 유대관계의 장점을 봤을 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출금융 확대 등 파트너십 관계를 넓혀 동반 진출하는 등 전환적인 정책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수방관하면 중국, 러시아가 수주할 것이다. 글로벌 수출시장에서는 몇 개월, 아니 잠깐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원자력계도 이런 흐름이라면 오히려 경쟁국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로서 북핵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가 통일 아닌가. 통일 독일의 사례를 보자. 동독 또는 서독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또는 양쪽이 다 가졌다면 주변국이 절대로 통일에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탈핵하지 않고는 절대 통일을 이룰 수 없다. 핵무기를 보유한 한반도를 주변 열강 누구도 원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큰 목표는 통일이니 미국에 우리는 핵무기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많은 인력을 쏟아부어 가며 국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할까.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나.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다고 해서 쓸 수도 없을 거고 국가가 부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핵 없이 내실을 계속 다지면 된다. 핵을 보유할 것처럼 하면서도 갖지 말자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소련이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게끔 유도했다. 그 결과, 경제가 붕괴했다. 북한이 막대한 예산을 핵 개발에 투입하니 이런 상태로 가면 앞으로 5~10년 뒤 자체 붕괴하지 않을까. 그런 판단도 든다.”

―전기 과소비 문제를 지적했지만, 에너지 문제에 무관심한 국민이 뜻밖에 많다.

“국민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공기, 물, 전기가 으레 공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스 유출이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해 절실함을 깨닫기보다 선제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전력문제에 관한 한, 가장 단전율이 낮고 주파수와 전압이 고르며 송배전 손실률이 가장 낮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땅이 좁고 초고압으로 전기를 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6·25전쟁으로 초토화된 상황에서 다시 일어섰고 원자력을 개발했으며, 세계 최고의 전기 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력계가 ‘식은밥’을 먹고 있지 않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전력, 발전, 에너지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이 원장은 인터뷰 끝에 전문가로서 원자력계에 ‘희망’이 담긴 비전을 제시했다. 신규 건설 예정인 원전 6기의 백지화, 2029년 수명이 종료되는 원전의 재연장 조치 불가 등의 방침이 현실화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일본의 사례를 봐도 재가동을 금지했다가 전력 부족으로 다시 가동했는데 국내에서도 10년 내에는 재가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준비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설계의 안전성이 더 향상됐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기술 개발은 더 진척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토대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인 원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혼미한 난세에, ‘원전 대부(大父)’는 다시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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